갑신정변이 일어나고 열강의 대립이 커지다

4. 갑신정변이 일어나고 열강의 대립이 커지다

답례 사절단으로 미국에 갔다 돌아온 홍영식은 고종에게 근대적인 우편 제도를 시행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리하여 정부는 우편 업무를 관장하기 위해 우정총국을 설립하였다. 우정총국의 개국을 축하하는 연회가 열리던 날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등 개화파 관리들은 정변을 일으켰다.

 

개화파의 분화

임오군란 이후 청의 간섭이 심해지자 개화 정책의 추진 방법과 외교의 방향을 놓고 개화파 안에 입장 차이가 벌어졌다. 김윤식, 김홍집, 어윤중 등 온건 개화파는 청의 양무운동을 본받아 유교 질서를 지키면서 서양의 과학 기술을 수용하자는 동도서기론을 주장하였다. 이들은 청과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유지하려 하였다. 반면,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등 급진 개화파는 문명 개화론을 내세운 일본의 메이지 유신을 본받아 서양의 기술뿐만 아니라 사상 제도까지 받아들이자는 견해를 취하였다. 이들은 청의 내정 간섭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급진 개화파는 박문국을 설치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인 한성순보를 창간하고 도로 정비, 경찰 우편 제도의 도입에 앞장섰다. 그러나 청의 내정 간섭과 민씨 정권3의 친청 정책으로 개화 정책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였다. 한편, 민씨 정권과 묄렌도르프는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당오전을 발행하려 하였다. 이에 반대하여 김옥균은 개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에서 차관을 얻으려 하였다. 그러나 차관 교섭이 실패로 끝나면서 급진 개화파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졌다.

 

급진 개화파의 차관 교섭이 실패하다.

1880년대 초 국가 재정의 위기를 둘러싸고 민씨 정권과 급진 개화파의 대립이 극심해졌다. 당시 민씨 정권의 입장을 대변하였던 재정 고문 묄렌도르프는 당오전을 주조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김옥균을 중심으로 한 급진 개화파는 당오전 주조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일본에서 차관을 들여와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차관 교섭 시도는 일본 정부의 차관 정책이 변화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이로 인해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급진 개화파는 정변을 일으켜 정권을 잡을 계획을 세웠다.

◼ 국고가 부족하여 ...... 우리나라에서 은화와 아울러 상평통보 1개가 5문(文)에 해당하는 것을 주조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감당할 수 없다. 이에 외채를 들여와 병비, 광산 등에 종사하라는 국왕의 명을 받았다. - 『한국차관관계잡찬』

◼ 나(김옥균)는 자금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지금 빈손으로 귀국하면 집권 사대당은 나를 비판하며 궁지에 몰아넣을 것을 알고 있다. ...... 우리의 개혁안도 없어질 것이며 조선은 청국의 속국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당과 사대당은 공존할 수 없기에 최후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 『후쿠자와 유키치전』

 

갑신정변의 전개

청은 베트남 문제로 프랑스와 전쟁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자 조선에 주둔한 청군의 절반을 철수하였다. 급진 개화파는 이 틈을 타 민씨 정권을 몰아낼 계획을 세우고 일본의 군사적 지원을 받기로 하였다.

1884년 김옥균을 중심으로 한 급진 개화파는 우정총국의 개국 축하연을 이용하여 민씨 세력 중 핵심 인물들을 제거하고 개화당 정부를 구성하였다(갑신정변). 새 정부가 발표한 개혁 정강에는 청에 대한 사대 관계를 청산하고, 내각 제도를 수립하며, 문벌을 폐지하여 인민 평등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또한, 새 정부는 재정을 일원화하고 군사 경찰 재판 제도의 개혁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개화당 정부의 개혁은 청이 정변을 진압하고 일본군이 약속을 어기고 철수하면서 3일 천하로 끝이 났다. 정변을 주도하였던 급진 개화파는 일본 공사관에 피신했다가 일본으로 망명하였다. 일본은 공사관이 불타고 일본인 사상자가 생기자 그 책임을 물어 조선 정부와 한성 조약을 맺고 배상금과 공사관 신축비를 받아냈다. 이어 일본은 청과 톈진 조약을 체결하여 조선에서 양국 군대를 철수하되, 앞으로 조선에 군대를 보낼 때 상대국에 미리 알리도록 규정하였다.

갑신정변은 자주적 근대 국가 건설을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정치 개혁 운동이었으며, 이후 근대화 운동에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소수의 지식인이 중심이 된 위로부터의 개혁으로 민중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였고, 일본의 군사적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한 한계가 있었다.

 

갑신정변의 개혁 정강

갑신정변의 개혁 정강은 김옥균이 일본으로 망명하였을 때 저술한 『갑신일록』에 실려 있다. 원래 80여 개 조항이었는데, 현재 14개 조만 전한다. 제3항의 ‘지조법’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부과하는 세금을 규정한 법이다. 조선에서도 조세를 토지에 부과하였기에 일본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제13항의 ‘의정소’는 경복궁 밖에 있었던 의정부와는 별도의 기구로 경복궁 안에 세웠다. 개화당 정부는 의정소에서 법령을 제정하고 국왕의 재가를 받아 집행하는 정치 형태를 구상하였다.

1. 잡혀간 흥선 대원군을 곧 돌아오게 하고 청에 조공하는 허례를 폐지한다.

2. 문벌을 폐지하여 인민 평등권을 제정하고 능력에 따라 관리를 임명한다.

3. 지조법을 개혁하여 부정을 막고 백성을 보호하며 재정을 넉넉하게 한다.

8. 급히 순사를 두어 도둑을 방지한다.

9. 혜상공국(보부상 조직)을 혁파한다.

11. 4영을 합하여 1영으로 하고 영 중에서 장정을 선발하여 근위대를 설치한다.

12. 재정은 모두 호조에서 담당하게 하고 그 밖의 재무 관청은 폐지한다.

13. 대신과 참찬은 궁궐 내의 의정소에서 회의하고 국왕에게 아뢰어 정령을 집행한다.

14. 의정부와 6조 외의 불필요한 기관을 없애고, 대신과 참찬이 논의하여 보고한다.

 

열강의 대립 격화와 고종의 자주독립 정책

갑신정변 이후 대신들은 정변의 원인이 고종의 독단적인 정국 운영에 있다고 보고 이를 비판하였다.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고종은 내정과 외교를 담당하던 별도의 기구를 의정부로 통합하고 정국 운영권을 의정부로 넘기려 하였다. 그러나 청의 내정 간섭이 심해지자 고종은 청을 견제하기 위해 조러 비밀 협약을 추진하는 등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강화하였다.

그러자 러시아와 대립하고 있던 영국은 러시아의 남하를 막는다는 구실로 거문도를 불법 점령하였다(거문도 사건, 1885). 조선은 영국에 항의하였고 2년 뒤 청의 중재를 거쳐 영국은 거문도에서 물러났다. 이 무렵 조선을 두고 열강의 대립이 거세지자 조선을 중립국으로 삼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종은 자주적 개화 정책을 펼쳤다. 내무부를 설치하여 군사, 재정, 외교 등의 업무를 맡게 하였고, 박문국을 다시 설치하여 한성주보를 간행하였다. 또한, 화폐 주조 기관인 전환국과 조세곡 운반 기관인 전운국을 내무부에서 운영하였고, 육영 공원, 연무 공원 등을 설립하여 외국인 교사와 군사 교관을 초빙하였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추진한 정부의 근대화 정책은 농민의 조세 부담을 높였다.

고종은 근대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본, 미국에 공사관을 설립하는 등 외교 활동을 통해 청의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하였다. 그러나 독립 국가로서의 위상을 강조하려는 고종의 노력은 청의 압력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동아시아의 근대화를 위한 여러 주장

◼ 이홍장

서양식 기계는 농경이나 직포, 인쇄, 도자기 등과 관련된 기구를 모두 만들 수 있고 백성의 생계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처럼 기계의 뛰어난 점은 물이나 불의 힘을 빌려 인력과 자재의 낭비를 줄이는 데 있습니다. 중국의 위기를 안정으로 돌리고 허약함을 강력함으로 바꾸는 길은 전적으로 기계를 모방하여 제조하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 후쿠자와 유키치

서양 문명의 바람이 점차 동아시아에도 불게 되었다. 서양이 주도하는 문명개화의 기세에 맞서 동양의 나라들이 이를 끝까지 막아낼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사실상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오늘날 우리 일본은 아시아에서 벗어나 서양 문명국과 진퇴를 함께하고 조선과 중국을 대하는 태도도 서양인이 이들을 대하는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 김옥균

세계는 상업을 주로 하여 산업의 크고 많음을 서로 경쟁하는 때입니다. 양반을 없애고 그 뿌리를 뽑지 않는다면 국가의 패망을 기다리는 꼴이 될 뿐입니다. 하루빨리 문벌을 없앤 뒤 인재를 골라 중앙 집권의 기초를 세워야 합니다. 또한, 학교를 설립하여 인민의 지식을 깨우는 것에 힘써야 합니다. 외국의 종교를 들여와 교화를 돕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