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항로를 찾아 나서다

3 유럽 세계의 변화

1. 새로운 항로를 찾아 나서다

새로운 항로를 찾아서

유럽인들은 프레스터 존의 전설이나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등을 접하며 동방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십자군 전쟁으로 동서 교류가 확대되어 향신료나 비단 같은 동양의 산물이 유럽에 전해지자 동방에 대한 유럽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그런데 이슬람과 이탈리아 상인들이 향신료와 비단 무역을 독점하였기 때문에 유럽인들은 동방과의 직접 교역로를 찾고자 하였다. 지리학, 천문학, 선박 제작 기술이 발달하고 먼 거리 항해에 나침반이 이용되면서 신항로 개척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하여 지중해 무역에서 불리하였기 때문에 신항로 개척에 앞장섰다. 에스파냐 여왕의 후원을 받은 이탈리아의 탐험가 콜럼버스는 인도 항로를 개척하려다가 서인도 제도에 도착하였다(1492). 그리고 포르투갈의 바스쿠 다 가마는 아프리카의 희망봉을 돌아 인도의 캘리컷에 도착하였다(1498). 16세기에는 마젤란의 함대가 대서양과 태평양을 가로질러 필리핀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마젤란은 원주민에게 살해되었으나, 그의 일행은 항해를 계속하여 인도양과 희망봉을 거쳐 3년 만에 에스파냐로 돌아왔다(1522)

 

신항로 개척의 영향

신항로 개척 이후 유럽 경제의 중심지가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이동하면서 지중해 주변 국가들이 쇠퇴하였다. 반면, 대서양 연안 국가들은 번영을 누렸고 이들은 경쟁적으로 해상에 진출하여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에서 식민지를 찾기 시작하였다.

대서양 무역은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를 잇는 삼각 무역의 형태로 변화하였다. 유럽 상인들은 무기, 면제품 등을 싣고 아프리카로 가서 노예와 교환하고, 이들을 아메리카의 대농장에 팔았다. 그리고 아메리카에서 설탕과 담배를 유럽에 가져와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신항로 개척 이후 아메리카 대륙에서 담배, 감자, 코코아, 옥수수 등이 전래되고 동방에서 차와 면직물 등의 새로운 산물이 들어와 유럽인의 생활이 풍요로워졌다. 또한 아메리카 대륙에서 많은 양의 금, 은 등 귀금속이 들어와 유럽의 물가가 크게 올랐다(가격 혁명). 그러자 토지에서 나오는 고정된 지대를 받던 봉건 영주는 경제적 타격을 받은 반면, 상공업에 종사하던 시민 계층은 큰 이익을 얻었고 농노들의 지위도 향상되었다.

유럽은 넓은 해외 시장을 바탕으로 상업과 제조업을 크게 발전시켰다. 금융 제도가 발달하면서 상인들은 원거리 교역 활동에 어음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유럽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상공업자들이 축적한 자본은 근대 자본주의 발달의 바탕이 되었다.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변화

고대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아스테카 문명과 잉카 문명 등이 번영하였다. 그러나 이 문명들은 신항로 개척 이후 에스파냐의 코르테스와 피사로가 이끈 병사들에게 파괴되었다. 에스파냐인들은 아메리카를 정복한 후 원주민을 동원해 금과 은을 채굴하고 대농장에서 사탕수수와 담배를 재배하였다. 그리고 상업적 이익을 남기기 위해 아메리카 대륙에 한 가지 작물만 집중적으로 재배하게 하였다.

한편, 아메리카 원주민은 유럽에서 들어온 천연두와 홍역 같은 전염병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유럽인의 원주민 노동력 착취와 전염병으로 원주민의 수는 크게 감소하였다. 또한 에스파냐인들이 강요한 단일 경작은 이후 라틴 아메리카의 대외 의존도를 높이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인구 감소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유럽인은 아프리카 원주민을 노예로 동원하였다(노예 무역). 독자적인 문화를 누리던 아프리카는 노예 무역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남녀 성 비율이 불균형해졌으며 부족 간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아메리카에서 발달한 고대 문명

멕시코고원에서는 13세기경 아스테카 문명이 번영하였다. 아스테카인들은 테노치티틀란에 도읍을 세우고 신권 정치로 멕시코 일대를 지배하였다. ‘신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테노치티틀란은 긴 대로와 십자형 수로로 구획된 계획도시였으며, 인구 30만여 명이 거주하는 당시로는 거대한 도시였다. 이들은 그림 문자와 달력을 사용하였고, 피라미드 신전을 지었다.

안데스고원에서는 12세기 말 잉카 문명이 발달하였다. 잉카인들은 안데스산맥의 비탈에 계단식 밭을 만들고 관개 수로를 이용해 농업을 발전시켰다. 건축 기술도 발달하여 도로망을 건설하고 쿠스코 태양 신전 같은 건축물을 남겼다. 잉카 문명에서는 역법과 직물업도 발달하였으며, 새끼줄 매듭으로 숫자와 문자를 대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