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민족 운동

5. 서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민족 운동

오스만 제국의 쇠퇴와 개혁

19세기에 들어 오스만 제국은 이집트의 자치와 그리스의 독립을 허용하였고, 유럽 영토 대부분을 잃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스만 제국은 1839년부터 ‘탄지마트(은혜 개혁)’라고 불리는 근대 개혁을 추진하였다.탄지마트의 성과가 미흡하자 미드하트 파샤를 비롯한 관료들은 입헌 군주제 실시, 의회 설립 등의 내용을 담은 헌법을 공포하였다(1876). 그러나 러시아·튀르크 전쟁이 일어난 후 술탄 압둘 하미드 2세와 보수 세력이 헌법을 폐지하고 의회를 해산하여 정치 개혁이 중단되었다.

이후 술탄의 전제 정치가 강화되자 청년 장교들은 청년 튀르크당을 결성하고 무장봉기하여 헌법을 부활하였다(1908). 이들은 근대적 산업 육성, 언론의 자유 보장 등 근대화 정책을 실시하고 외세 배척 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청년 튀르크당은 극단적인 튀르크 민족주의를 내세워 제국 내 다른 민족의 반발을 샀다.

 

탄지마트의 실시

• 술탄의 권한 일부를 의회에 넘기고, 의회는 술탄의 승인을 얻어 법률을 제정한다.

• 백성의 생명, 명예, 재산에 대한 충분한 안전을 보장한다.

• 조세 징수에 관한 원칙을 마련한다.

• 군대의 징집에 대한 정식 규정 및 근무 기간을 설정한다.

오스만 제국의 개혁 세력은 대내외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해 탄지마트를 단행하였다. 이 시기에 오스만 제국은 중앙 집권적인 행정 체계를 마련하고 전국적인 도로망, 철도, 운하 등을 건설하였다. 그리고 세금 제도와 교육 제도를 서구식으로 바꾸는 등의 변화를 시도하였으며, 군제 개혁을 추진하여 신식 군대를 창설하고 징병제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에 대해 지방 세력과 구식 군인이 거세게 저항하였고, 전쟁으로 국력이 소모되어 개혁의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았다.

 

서아시아의 민족 운동

18세기 이후 아랍 지역은 점차 오스만 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났지만 열강의 침략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븐 압둘 와하브는 초기 이슬람교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와하브 운동을 일으켰다. 이는 아랍인의 민족의식을 일깨워 오스만 제국에 반대하는 민족 운동으로 발전하였으며 20세기 전반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이 건설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한편, 19세기 초에는 아랍 고전을 연구하는 아랍 문화 부흥 운동이 일어났다.

이란의 카자르 왕조는 19세기 초 러시아와 영국에 영토와 이권을 빼앗겼다. 이에 개혁 세력과 이슬람 성직자들은 담배 불매 운동을 비롯한 이권 회수 운동을 벌이고 입헌 정치 실시를 요구하였다. 1906년에는 입헌 혁명이 일어나 의회가 구성되고 입헌 군주제 헌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혁명은 영국과 러시아의 간섭으로 좌절되었고, 이란은 사실상 두 나라에 분할 통치되었다.

 

이집트의 근대화 운동

19세기 초에 오스만 제국은 무함마드 알리를 이집트의 총독으로 임명하였다. 무함마드 알리는 군대와 행정 기구, 교육 제도를 유럽식으로 바꾸고, 산업 육성에 힘쓰는 등 적극적으로 이집트의 근대화를 추진하였다. 그리스 독립 전쟁 때에는 오스만 제국을 지원하여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자치권을 얻었다.

19세기 중엽 이집트는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차관을 도입하여 철도와 전신을 설치하고 수에즈 운하를 건설하였다. 그러나 막대한 차관 때문에 이집트는 영국과 프랑스의 내정 간섭을 받게 되었다. 아라비 파샤를 중심으로 한 군부는 ‘이집트인을 위한 이집트의 건설’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혁명을 일으켰으나 영국군에 진압되었다. 이후 이집트는 영국의 보호국이 되었다(1914)

 

수에즈 운하

수에즈 운하는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세계 최대의 인공 수로이다. 1869년에 이 운하가 완공되면서 유럽과 인도를 오가는 항로가 3분의 1로 단축되었다. 그러나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 건설로 막대한 외채에 허덕이게 되자, 영국은 재빨리 수에즈 운하의 주식을 매입하여 운하 경영권을 차지하였다. 러일 전쟁이 일어났을 때 영국은 러시아 함대의 수에즈 운하 통행을 통제하여 러시아 함대의 전력을 약화시키기도 하였다.

영국은 수에즈 운하를 빌미로 이집트의 내정에 간섭하다가 이집트를 보호국으로 삼았다. 이후 이집트는 1922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였으나, 수에즈 운하는 1956년에 이집트 나세르 대통령이 국유화 조치를 내릴 때까지 영국의 지배 아래 있었다.

 

아프리카의 민족 운동

19세기 말 서구 열강은 금, 은, 고무 등의 자원을 노리고 경쟁적으로 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하였다. 이에 아프리카인들은 열강의 침략에 맞서 거세게 저항하였다.

북부 아프리카에서는 알제리가 프랑스의 침략에 맞서 30여 년 동안 저항 운동을 전개하였다. 그러나 프랑스는 10만여 명의 군대를 동원하여 알제리의 저항 운동을 진압하였다. 19세기 말 수단은 이집트의 일부로 편입된 후 이집트와 영국의 이중 지배를 받았다. 이때 무함마드 아흐마드는 스스로를 ‘마흐디(구세주)’라고 부르며 외세를 배격하고 순수한 이슬람 신앙을 회복하자고 주장하였다(마흐디 운동). 마흐디의 군대는 이집트 군대를 물리쳤으나 영국군의 강한 군사력에 밀려 패배하였다.

남부 아프리카에서는 나미비아의 헤레로족이 독일인의 착취에 맞서 봉기하였다(1904). 그러자 독일군은 헤레로족 인구의 80%를 살해하는 등 봉기를 무참하게 진압하였다. 한편, 19세기 중반 남아프리카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된 이래 줄루 왕국은 영국의 침략을 받았다. 줄루 왕국군은 이산들와나 전투에서 영국에 승리하기도 하였으나 기관총을 비롯한 무기로 무장한 영국군의 지속적인 공격에 결국 패배하였다.

19세기 후반 에티오피아에서는 메넬리크 2세가 도로와 교량을 건설하고 서양의 근대적 교육 체제를 도입하며 근대화를 추진하였다. 또 최신 무기를 수입하고 유럽인 교관에게 군대 훈련을 맡겨 군사력을 강화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에티오피아는 이탈리아의 침략을 막아 내고 독립을 유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