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세계가 형성되다

2. 이슬람 세계가 형성되다

이슬람교의 성립

아라비아반도는 대부분 사막과 초원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랍인들은 부족 단위로 유목을 하며 살았다. 6세기 이후 사산 왕조 페르시아와 비잔티움 제국이 전쟁을 지속하여 기존의 동서 교통로가 막히자 아라비아 상인들은 새로운 교통로를 개척하였다. 이에 메카, 메디나 같은 해안 도시가 무역의 중심지로서 번영하였다. 하지만 소수의 귀족들이 부를 축적하면서 빈부 격차가 생겨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었고, 각 부족마다 다른 신을 섬겨 부족 간의 전쟁도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7세기경 메카의 상인 무함마드가 이슬람교를 정립하였다. 그는 우상 숭배를 배격하고, 신(아랍어로 ‘알라’)은 유일하며 모든 사람은 신 앞에서 평등하다고 주장하여 민중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메카의 보수적인 귀족들이 무함마드를 탄압하자 그는 신자들과 함께 메디나로 피신하였다(헤지라, 622). 무함마드는 메디나에서 교세를 확장하여 이슬람 공동체를 건설하였다. 이후 그는 여러 차례 전투를 거쳐 메카를 장악하고(630) 아라비아반도의 대부분을 통일하였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사용되는 초승달과 별

오늘날 터키를 비롯한 이슬람 문화권 국가의 국기를 살펴보면, 초승달과 별이 그려진 것이 많다. 초승달과 별은 이슬람교와 관련되어 있는데, 이는 무함마드가 알라의 계시를 받던 날 밤하늘에 나란히 떠 있었고, 헤지라 때 무함마드 일행이 이동하는 밤길을 밝혀 주었다고 하여 이슬람교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또 이슬람교에서는 사람이나 동물을 조각하는 것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이슬람 세계에서는 초승달과 별을 건축물을 장식하는 데 자주 사용하였고, 전투에 나서는 군대의 깃발에도 이를 그려 넣었다.

 

이슬람 제국의 발전

무함마드가 죽은 후 이슬람 세계의 지도자로 칼리프가 선출되었다(정통 칼리프 시대). 이 시기 이슬람 세력은 사산 왕조 페르시아와 이집트 등을 정복하여 세력을 확대하였다. 이 과정에서 내분이 일어나 4대 칼리프 알리가 암살되자, 뒤이어 칼리프가 된 무아위야는 우마이야 가문이 칼리프를 세습하도록 하여 우마이야 왕조를 열었다(661). 그러자 이슬람교도들은 우마이야 왕조의 정통성을 두고 시아파와 수니파로 나뉘어 대립하였다. 우마이야 왕조는 다마스쿠스를 수도로 삼고 정복 활동을 벌여 중앙아시아에서 이베리아반도까지 영토를 넓혔다. 그러나 아랍인을 우대하고 아랍인 외의 이슬람교도를 차별하여 비아랍인의 불만을 샀다. 결국 아바스 가문이 시아파의 도움을 받아 우마이야 왕조를 몰아내고 아바스 왕조를 세웠다(750).아바스 왕조는 모든 이슬람교도의 평등을 내세웠다. 비아랍인도 능력에 따라 관료나 군인으로 임명하였고 세금 제도에서도 차별을 없앴다. 이를 통해 아바스 왕조는 민족과 인종을 초월한 범이슬람 제국으로 발전하였다. 또한 아바스 왕조는 탈라스 전투에서 당에 승리를 거두고 동서 무역의 주도권을 장악하였다. 이에 수도 바그다드는 동서 무역과 문화의 중심지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아바스 왕조는 9세기경부터 지방 총독들의 독립과 이민족의 침입으로 쇠퇴하였다.

한편, 몰락한 우마이야 왕조의 일파는 8세기 중엽 이베리아반도에서 후우마이야 왕조를 열고 지중해 무역을 장악하여 번영을 누렸다. 10세기 초에는 북아프리카에 파티마 왕조가 들어섰다. 이로써 이슬람 세계에서는 아바스 왕조, 후우마이야 왕조, 파티마 왕조가 각기 칼리프를 내세우고, 각 지역을 중심으로 이슬람 문화를 발전시켰다.

 

셀주크 튀르크의 성장

이슬람 세계가 분열된 가운데 셀주크 튀르크가 아바스 왕조의 수도 바그다드를 점령하였다(1055). 그리고 아바스 왕조로부터 정치적 지배자를 뜻하는 ‘술탄’의 칭호를 얻어 이슬람 세계의 실질적인 지배자가 되었다. 셀주크 튀르크는 지중해에서 중앙아시아 일대까지 영토를 확장하였다. 그런데 영토 확장 과정에서 크리스트교 세계와 마찰을 빚어 십자군과 전쟁을 벌였다. 오랜 전쟁으로 쇠약해진 셀주크 튀르크는 13세기 중반 몽골군의 침입으로 쇠퇴하다가 멸망하였다.

 

이슬람 세계의 사회와 경제

이슬람교도는 『쿠란』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생활하였다. 이들은 『쿠란』에 따라 메카를 향한 예배, 라마단 기간의 단식, 돼지고기를 금지하는 식생활 등을 실천하였다. 이슬람교에서는 종족이나 계급에 따른 차별이 없었으며 사제와 같은 종교적인 계급을 두지 않았다. 정복지의 주민들에게도 지즈야(인두세)를 거두는 대신 그들의 종교를 인정하였고, 이슬람교로 개종할 경우에는 일부 세금을 면제해 주었다. 이렇게 평등을 강조하는 이슬람교의 교리는 피정복민의 환영을 받아 이슬람 세력이 빠르게 성장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이슬람 사회에서는 상업 행위를 긍정적으로 여겼다. 그리하여 국가에서 도로망을 정비하고 자유로운 상업 활동을 보장해 주는 등 상인들의 활동을 지원하였다. 이슬람 상인들은 낙타를 이용해 아프리카 내륙에서 중국까지 왕래하는 대상 무역을 전개하였고, 동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바닷길 교역을 주도하였다. 이러한 교역로를 중심으로 바그다드 같은 대도시가 발달하였으며, 교역로를 따라 이슬람교가 퍼지면서 이슬람 세계도 확장되었다.

 

이슬람 세계의 문화

이슬람 세력은 이슬람교를 바탕으로 정복지의 문화를 수용하여 다채로운 문화를 발전시켰다. 또한 이슬람교에서는 아랍어로 된 『쿠란』의 번역을 금지하였기 때문에 이슬람교가 전파되면서 아랍어도 함께 전파되었다. 이로써 이슬람교와 아랍어를 공통 요소로 하는 이슬람 문화권이 형성되었다.이슬람 사회에서는 지식의 추구를 강조하여 각지에 교육 기관이 설립되었고, 다양한 학문이 발달하였다. 『쿠란』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신학과 법학, 언어학이 발달하였고, 이슬람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역사학이 융성하였다. 또한 메카의 방향을 계산하고 교역로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지리학도 발달하였다.

문학에서는 각지의 설화를 모은 『아라비안나이트』를 비롯한 설화 문학이 발달하였다. 건축에서는 둥근 지붕과 뾰족한 탑을 특징으로 하는 모스크 양식이 주로 사용되었다. 이슬람교는 사람과 동물을 그리거나 조각하는 것을 우상 숭배로 여겨 금지하였기 때문에 모스크는 아라베스크와 『쿠란』 구절 등으로 장식되었다.

이슬람 세계에서는 페르시아, 인도, 그리스 등지의 과학을 종합하여 과학이 크게 발달하였다. 인도 숫자를 받아들여 아라비아 숫자를 만들었고, 연금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화학, 합금 기술 등이 발전하였다. 천문 지식과 역법도 발달하였는데, 이는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졌다. 의학 분야에서는 이븐시나가 『의학전범』을 저술하여 아라비아 의학을 집대성하였다. 이와 같은 이슬람의 과학 지식은 중국에서 발명된 제지법, 나침반, 화약과 함께 유럽에 전해져 유럽의 근대 과학 성립에 영향을 미쳤다.

 

이슬람 세계의 자연 과학

아바스 왕조의 수도 바그다드에 설립된 ‘지혜의 집’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 히포크라테스 등 고대 그리스 학자들의 저술이 아랍어로 번역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슬람 세계에서는 수준 높은 학문이 발달하였다. 특히 이슬람 세계의 과학은 유럽으로 전파되어 르네상스가 일어나는 학문적 기반이 마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