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근대화를 추진하다

2. 동아시아의 변화와 근대적 개혁의 추진

동아시아 국가들은 혼돈과 저항을 통해 근대화와 독립을 추구하였다. 이는 서구의 영향력과 침략에 대한 대응으로서 동아시아의 국력을 강화하고 자주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노력이었으며 이러한 근대적 개혁 추진 과정은 동아시아의 역사와 현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1. 중국과 일본이 근대화를 추진하다

1871년 일본 요코하마 항구에서 이와쿠라 사절단이 미국으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이와쿠라 사절단은 당시 정부 실권자였던 이와쿠라 도모미를 포함하여 관료들과 학생들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미국에 도착한 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을 방문하여 제도와 문물을 상세히 살펴보고 1년 10개월 만에 귀국하였다.

 

중국의 양무운동

청에서는 개항 이후 외국 상품의 수입이 크게 늘고, 전쟁 배상금 지급으로 농민의 세금 부담이 증가하였다. 생활이 어려워진 농민들의 불만이 높아졌고 이는 청 왕조의 타도를 주장하는 태평천국 운동으로 이어졌다. 태평천국 운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홍장을 비롯한 한인 관료들은 서양 무기의 우수성을 인식하였다. 이들은 중체서용의 원칙에 따라 중국의 전통적인 체제는 유지하면서 서양의 선진 기술을 받아들이는 근대화 정책을 추진하였다(양무운동). 이에 따라 서양식 무기를 도입하고, 군수 공장을 설립하였다. 또한, 철도와 통신 등 산업을 육성하는 데 힘썼고, 외국에 유학생을 보내 선진 문물을 배우게 하였다. 그러나 양무운동은 지방관들이 지역별로 추진하는 등 통일성이 없었으며, 근본적인 제도의 개혁 없이 서양의 기술만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일본의 메이지 유신

일본에서는 개항 이후 값싼 외국 면직물이 들어오면서 전통 수공업이 피해를 보고, 물가가 크게 올랐다. 이로 인해 개항을 반대하던 세력은 외세를 배격하고 막부를 타도하자는 존왕양이 운동을 전개하였다. 이후 이들은 막부를 타도하고 국왕을 앞세워 새 정부를 수립하였다. 메이지 정부는 부국강병과 문명개화를 내세우며 근대 개혁을 추진하였다(메이지 유신, 1868).

메이지 정부는 중앙 집권적인 입헌 군주제를 수립하고, 신분제를 폐지하였다. 징병제를 채택하고, 국민에게 납세 의무를 지게 하였으며, 소학교를 세워 의무 교육을 하였다. 또한, 근대 산업을 육성하고, 철도4를 비롯한 근대 시설물을 세웠다. 이와쿠라 사절단을 미국과 유럽에 파견하여 불평등 조약을 개정하고 근대 문물을 도입하려 하였다.

한편,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국왕을 황상으로 표현한 문서를 조선에 보내 새로운 외교 관계 수립을 요구하였다. 조선이 이를 거부하자 일본 내에서 조선을 무력으로 침공하자는 정한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조선에서의 개국 통상론 대두

청에서 양무운동이 전개되고 일본에서 메이지 유신이 일어날 무렵 조선에서도 문호를 개방하고 서양과 통상해야 한다는 개국 통상론이 대두하였다. 개국 통상론은 박규수, 오경석, 유홍기 등이 중심이 되었고, 북학파 실학자들의 사상을 이어받았다. 박규수는 청을 왕래하며 서양 기술의 우수성을 경험하였다. 역관이었던 오경석도 청을 드나들면서 『해국도지』, 『영환지략』 등을 국내로 들여왔고 박규수에게 개화를 건의하였다. 의원인 유홍기 역시 오경석과 교류하며 문호 개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개국 통상론자들은 김옥균, 박영효, 김윤식 등 젊은 양반 자제들에게 세계정세와 서구 문물을 소개하며 개화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김옥균을 비롯한 이들은 개항 이후 정부가 개화 정책을 추진하자 실무 관료로 활동하면서 개화파라 불리는 세력을 형성하였다.

 

개화파의 형성

◼ 오경석의 주장

중국에 머물면서 세계 각국의 겨루는 상황을 견문하고 크게 느낀 바가 있었다. 뒤에 열국의 역사와 각국의 흥망사를 연구하여 조선 정치의 부패와 조선이 세계 대세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깨닫고 언젠가는 반드시 비극이 일어날 것이라고 크게 탄식한 바가 있었다. ...... 오경석은 중국에서 가져온 근대 서적을 친구 유홍기에게 주어 연구를 권하였다. ...... 유홍기가 오경석에게 개혁의 방법을 묻자 오경석은 “먼저 북촌의 양반 자제 중에서 동지를 구해 혁신의 기운을 일으켜야 한다.”라고 하였다. - 『김옥균전』 오경석

◼ 박규수의 보고서

양 오랑캐가 북경에 들어온 지 여러 해가 지났는데 초반에는 서양 물건의 매매가 심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인들이 서양 물건은 눈을 현혹할 뿐 실용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 교역이 심하지 않으니 서양인들이 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에 강남에서 병력을 사용할 때에는 중국이 서양의 대포를 많이 구매해 전쟁에 사용하여 서양인들이 이익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국이 서양의 대포를 모방하여 만들어 그들의 대포를 구매하지 않으니 서양인들이 이익을 얻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 『승정원일기』, 1872.12.26. 박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