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족 왕조가 부활한 명, 만주족이 세운 나라 청

3. 동아시아 세계의 변동

1. 한족 왕조가 부활한 명, 만주족이 세운 나라 청

명의 성립

14세기 중엽 중국 각지에서는 원의 지배에 저항하는 농민 봉기가 일어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민 출신 주원장(태조, 홍무제)은 강남 일대의 농민 반란군을 이끌고 금릉(난징)을 수도로 명을 건국하였다(1368). 이어 몽골 세력을 만리장성 북쪽으로 몰아내고 한족 왕조를 부활시켰다. 홍무제는 한족 문화 회복을 표방하면서 몽골 풍습을 없애고 여러 가지 개혁을 추진하였다. 유교를 부흥시키기 위해 학교를 세우고 과거제를 정비하였으며, 육유를 만들어 백성들에게 보급하였다. 그리고 토지 대장(어린도책)과 호적 대장(부역황책)을 정비하여 이를 바탕으로 세금과 요역을 징수하였다. 또한 관리의 수탈을 줄이고자 농민이 직접 조세 징수와 치안 등을 담당하는 이갑제를 실시하였다. 홍무제는 재상 제도를 폐지하고 행정, 군사, 감찰 기구를 분리하여 신하들의 권력 집중을 막았으며, 중앙 정부를 직접 통솔함으로써 국가의 모든 정보와 권력을 황제가 장악하도록 만들었다

 

명의 발전

3대 황제 영락제는 정변을 일으켜 황제가 되었다. 그리고 베이징에 자금성을 건설하여 그곳으로 수도를 옮겼다. 영락제는 능력이 뛰어난 문관을 선발하여 황제의 자문을 담당하게 하였다. 이들을 내각이라 하였는데, 이후 내각은 황제를 보좌하면서 점차 권한을 늘려 갔다.

영락제는 대외 팽창 정책을 추진하여 몽골을 공격하고 베트남을 점령하였다. 그리고 환관 정화에게 대규모 항해를 추진하게 하였다. 7차에 걸친 정화의 원정은 동남아시아와 인도 및 아프리카 해안까지 진출하였다. 이를 통해 명은 자신들의 국력을 과시하면서 여러 나라와 조공ᆞ책봉 관계를 새롭게 맺었다. 또한 중국인의 동남아시아에 대한 지식이 확대되었다.

영락제 이후 황제의 측근에 있던 환관이 득세하여 정치적 혼란이 심화되었다. 게다가 북쪽의 몽골과 남쪽의 왜구가 명을 수시로 침략하자(북로남왜), 이를 막기 위한 군사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재정이 악화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거정은 토지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일조편법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장거정이 죽은 후에 환관의 횡포는 더욱 극심해졌다. 게다가 명은 임진왜란 참전과 각지에서 일어난 농민 봉기를 진압하는 데 많은 재정을 지출하였다. 또한 17세기 들어 만주 지역의 여진이 성장하면서 방위 비용도 증가하였다. 그러자 정부는 악화된 재정을 메꾸기 위해 무리하게 세금을 거두었다. 이에 맞서 각지의 농민들이 저항하였고, 결국 명은 이자성의 농민군에게 멸망하였다(16

 

청의 건국과 발전

명의 세력이 약화되자 만주의 누르하치(태조)는 팔기제를 바탕으로 군사력을 키워 여진(만주족)을 통합하고 후금을 세웠다(1616). 뒤를 이은 홍타이지(태종)는 몽골을 정복하고 국호를 청으로 바꾸었으며, 순치제는 명이 멸망하자 베이징을 공격해 중국 대륙을 차지하였다(1644).

청은 강희제부터 옹정제, 건륭제로 이어지는 시기에 전성기를 맞았다. 강희제는 삼번의 난과 타이완의 반청 세력을 제압하였고, 러시아와 네르친스크 조약을 맺어 국경을 안정시켰다. 옹정제는 군기처를 설치하여 모든 정보와 결정권을 황제에게 집중시켰으며 지정은제를 통해 조세 제도를 정비하였다. 건륭제는 위구르, 티베트 등 주변 지역을 정복하고 최대 영토를 확보하여 오늘날 중국 영토의 윤곽을 형성하였다. 이로써 청은 다민족 제국을 건설하였다.

소수의 만주족이 세운 청은 회유책과 강경책을 함께 사용하여 다수의 한족을 지배하였다. 청은 만주족에 대한 복종의 표시로 변발과 호복을 강요하였다. 또한 만주족의 지배를 반대하는 논조가 포함된 서적을 금서로 지정하는 등 문자의 옥으로 사상을 통제하였다. 한편으로는 과거제를 실시하고 중요 관직에는 대체로 한인과 만주인을 같이 등용하였다(만한 병용제). 그 밖에 한족 지식인을 포섭하기 위해 대규모 편찬 사업을 추진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