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ᆞ한 제국이 형성되다

2. 진ᆞ한 제국이 형성되다

진의 중국 통일

500여 년 동안 분열되었던 춘추 전국 시대를 통일한 것은 진(秦)이었다. 진은 상앙이 법가를 바탕으로 추진한 개혁에 성공하면서 국력을 강화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중국을 최초로 통일하였다(기원전 221).

통일 후 진의 왕은 자신을 첫 번째 황제라는 뜻의 ‘시황제’로 부르게 하고 중앙 집권 체제를 강화하였다. 시황제는 군현제를 확대 시행하여 전국을 36개 군으로 나눈 후 관리를 파견하였으며, 수도와 지방을 잇는 도로망을 건설하였다. 또한 전국의 화폐와 도량형, 문자를 통일하였고 분서갱유를 통해 반대 세력을 탄압하였다. 대외적으로는 흉노를 북쪽으로 몰아내고 만리장성을 쌓았으며, 남쪽으로 광둥과 베트남 북부 지역까지 영토를 넓혔다.

그러나 진의 가혹한 통치와 만리장성 축조 같은 대규모 토목 공사는 백성의 원망을 샀다. 결국, 진은 시황제가 죽은 후 진승·오광의 난을 비롯한 농민 봉기가 각지에서 일어나 멸망하였다(기원전 206).

 

진 시황제의 통일 정책

• 이사가 말하기를 “주는 일족의 자제를 봉건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뒤 제후들이 서로 죽이고 정벌했는데도 주의 천자는 이를 그치게 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폐하의 성덕으로 천하가 통일되고 모두 군현으로 편성되었으니, 자제들이나 공신들에게 후한 상을 내리신다면 그들을 쉽게 통제할 수 있습니다. - 『사기』

• 일반 백성들이 가지고 있는 서적 가운데 의학, 점복, 농업, 임업에 관계되는 것을 제외하고 모두 불태웠다(분서). ...... 이러한 국가의 명령을 거역하고, 황제를 비판하거나 국법을 어긴 460여 명을 수도 셴양에 산 채로 묻어 죽였다(갱유). - 『사기』 -

진 시황제는 군현제를 실시하여 지방관을 통해 전국을 직접 통치하였으며, 분서갱유로 사상을 통제하고 황제에 반대하는 세력을 억눌렀다.

 

한의 성립과 발전

진이 멸망한 후 유방(고조)은 한(漢)을 세우고 중국을 재통일하였다(기원전 202). 이후 장안을 수도로 정하고 군국제를 실시하였다.

한 무제는 제후의 세력을 억누르고 군현제를 전국적으로 실시하여 중앙 집권 체제를 강화하였으며, 동중서의 건의를 받아들여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았다. 대외 팽창에도 힘써 그동안 공물을 주고 화친을 유지하였던 흉노를 제압하는 한편, 남쪽의 남월과 동쪽의 고조선을 정복하고 군현을 설치하였다. 무제는 잦은 대외 원정으로 재정이 부족해지자 소금과 철을 국가에서 전매하고, 균수법과 평준법을 실시하여 재정을 확보하였다.

한편, 무제는 대월지와 동맹을 맺고 흉노를 견제하기 위해 장건을 서역에 파견하였는데, 장건이 개척한 길은 이후 동서 교통로(비단길)로 이용되었다.

무제가 죽은 후 권력 다툼이 벌어지는 가운데 외척 왕망이 한(전한)을 무너뜨리고 신을 세워(8) 토지의 국유화, 노비 매매 금지를 추진하였다. 그러나 신은 호족의 반발로 무너졌다(23). 전한의 황족이었던 유수(광무제)는 호족의 지원을 받아 뤄양을 수도로 정하고 한을 다시 세웠다(후한, 25). 광무제는 전한의 제도를 부활하고 유학을 존중하는 정치를 펼쳐 한을 부흥시켰다. 그러나 2세기 초부터 외척과 환관이 정치에 개입하고 지방 호족의 횡포가 커지면서 사회가 혼란해졌다. 결국 후한은 황건적의 난을 비롯한 농민 반란으로 멸망하였다(220).

 

한의 사회와 문화

한 대에는 철제 농기구가 널리 보급되고 농업 기술이 발달하여 농업 생산력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상업이 발달하였고 서역과의 교역도 활발해졌다. 한에서는 장안, 뤄양 등이 상업 중심지로 발전하였으며, 오수전이라는 표준화된 화폐가 주조되어 전국에 유통되었다. 한편, 한에서는 대토지를 가진 호족이 등장하여 지역 사회를 지배하였는데, 이들은 향거리선제를 통해 관료로 진출함으로써 중앙 정치까지 장악해 나갔다.

진에서는 시황제가 황제의 권위를 비판하는 학문과 사상을 탄압하여 법가 외의 다른 사상이 발전하기 어려웠다. 반면, 한에서는 수도에 태학을 설립하고 오경박사를 두어 유학을 가르치게 하였으며, 유학 지식을 갖춘 이들을 관료로 등용하였다. 그 결과 유학이 학문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한 대의 유학은 경전의 문자와 어구를 해석하는 훈고학이 발달하였다. 유교는 무제 때 국가의 통치 이념으로 채택된 이후 중국의 대표적인 통치 사상으로 자리 잡았으며,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 전파되었다.

한의 민간인 사이에서는 신선 사상이 유행하였다. 이 사상은 민간 신앙과 결합하여 오두미도, 태평도 등으로 발전하였고, 후한 말 농민 반란에도 영향을 주었다. 불교는 후한 초에 비단길을 통해 전래되었다. 역사학에서는 기전체 역사책인 사마천의 『사기』와 반고의 『한서』가 저술되었고 기전체 서술은 이후 중국 정사 서술의 모범이 되었다. 한편, 후한에서는 채윤이 제지술을 개량하여 종이를 보급하였는데, 이는 학문과 사상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