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의 창] 4-2. 군사 정변으로 새로운 정부가 수립되다

4-2. 군사 정변으로 새로운 정부가 수립되다

1961년 국가 재건 최고 회의 의장이었던 박정희는 미국을 방문하여 케네디와 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에서 박정희는 반공 정책과 미국과의 유대 관계 지속 의사를 밝히고,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을 제안하는 등 베트남전 참여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것은 주한 미군이 베트남으로 파견되는 것을 차단하고, 전쟁 특수로 경제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5·16 군사 정변

장면 정부 시기에 전개된 민간 차원의 통일 운동과 정부의 군비 축소 계획에 대해 일부 군인들은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정희를 비롯한 일부 군인들이 장면 정부의 무능과 사회 혼란을 구실로 삼아 1961년 5월 16일에 정변을 일으켰다(5·16 군사 정변). 군사 정변 세력은 반공을 국시로 내건 ‘혁명 공약’을 발표하고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 그리고 국가 재건 최고 회의를 만들어 군정을 실시하고 모든 정당과 사회단체를 해산하였으며, 지방 자치제를 중단하였다.

군사 정부는 반공 체제를 강화하고 경제 개발과 사회 안정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정변 직후 부패 공직자와 폭력배를 처벌하였으며, 농가 부채를 줄여 주고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펴기도 하였다.

군사 정부는 사회가 안정되면 민간에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중앙정보부를 설치하고 민주 공화당을 비밀리에 조직하는 한편, 정치 정화법을 발표하여 주요 정치인들의 정치 활동을 규제하였다. 이어 대통령 중심제와 단원제 국회 구성을 골자로 하는 헌법 개정안을 국민 투표로 확정하여 공포하였다. 이후 박정희는 제5대 대통령 선거에 민주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여 당선되었다(1963).

 

5·16 군사 정변 주도 세력이 내세운 ‘혁명 공약’(1961)

군사 정변 주도 세력은 헌법이 정한 절차에 의해 구성된 민주 정부를 무너뜨리고 군권으로 부당하게 권력을 장악하였다. 이후 군사 정부는 혁명 공약 6조를 ‘이와 같은 우리의 과업을 조속히 성취하고 새로운 민주 공화국의 굳건한 토대를 이룩하기 위하여 우리는 몸과 마음을 바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한다.’라고 바꾸었다.

 

1. 반공을 제1의 국시(國是)로 한다.

2. 미국 및 자유 우방과의 유대를 공고히 한다.

3. 부패와 구악을 일소하고 도의와 민족정기를 바로잡는다.

4. 민생고를 해결하고 국가 자주 경제 재건에 총력을 기울인다.

5. 통일을 위하여 공산주의와 대결할 실력 배양에 힘쓴다.

6. 이와 같은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하고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 본연의 임무로 복귀할 준비를 갖춘다.

 

한일 국교 정상화

박정희 정부는 군사 정변을 통해 집권하였다는 취약한 정통성을 만회하고자 경제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미국이 한 미 일 3각 안보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한일 국교 정상화를 요구하자, 박정희 정부는 경제 개발 자금을 마련하려고 일본과 국교 정상화 회담을 시작하였다.

 

수많은 학생과 시민은 일본의 반성과 그에 따른 사과와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는 굴욕적인 한일 회담에 크게 저항하였다. 1964년 6·3 시위를 비롯한 한일 회담 반대 집회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되자, 정부는 휴교령과 계엄령을 선포하고 시위에 참가한 학생과 시민을 체포하였다. 이듬해 박정희 정부는 한일 협정을 체결하고 일본으로부터 경제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일부 얻을 수 있었다.

 

당시 징병 및 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약탈 문화재 반환 등이 일부 이루어졌지만, 식민 지배에 대한 사과, 일본군 ‘위안부’ 원폭 피해자 등에 대한 배상, 독도 문제 등은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였다.

 

◼ 계엄령 戒 경계하다 嚴 엄하다 令 법 령

전시 등 병력으로 군사상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의 필요가 있는 경우 대통령이 그 지역의 행정권이나 사법권 일부 또는 전부를 군의 관할에 두며, 영장 제도나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등에 제약을 가할 수 있게 하는 명령을 일컫는다.

 

한일 협정의 체결과 이를 둘러싼 갈등

◼ 한일 회담 반대 시위

• 일본에의 예속으로 직행하는 매국의 한일 굴욕 회담을 전면 중지하라.

• 농민 노동자 소시민의 피눈물을 밟고 서서 홀로 살쪄 가는 매판성 악덕 재벌을 처형하고 몰수하라.

• 불법 상행위를 자행한 일본인 상사를 즉각 추방하라.

• 5월 군사 정부는 5·16 이래의 부정부패 독선 무능 극악의 경제난, 민족 분열, 굴욕적 한일 회담 등 역사적 범죄를 자인하고 국민의 심판에 붙이라.

• 5·16 이래 구속된 정치범을 즉각 석방하라.- 한일 굴욕 회담 반대 학생연합회, 1964. 5. 20.

 

◼ 한일 협정(한일 기본 조약)

제1조 양 체약 당사국 간에 외교 및 영사 관계를 수립한다. 양 체약 당사국 간은 대사급 외교 사절을 지체 없이 교환한다. 양 체약 당사국은 또한 양국 정부에 의하여 합의되는 장소에 영사관을 설치한다.

제2조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 제국과 대일본 제국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

제3조 대한민국 정부가 유엔 총회의 결정 제195호에 명시된 바와 같이 한반도에 있어서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확인한다.

 

베트남 파병

베트남 전쟁이 확대되자 미국은 한국에 베트남 파병을 요청하였다. 박정희 정부는 6·25 전쟁을 도와준 나라에 보답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요청에 응하였다. 이에 따라 1964년 비전투 부대 파견을 시작으로 1973년까지 베트남에 한국 군대를 파견하였다.

 

한국은 그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국군의 전력 증강과 경제 개발을 위한 차관을 제공받았고, 파병 군인들의 송금, 군수 물자 수출, 건설 업체의 베트남 진출 등으로 외화를 벌어들였다. 또한, 베트남 파병으로 한국도 한미 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고, 경제 성장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치열한 전쟁 과정에서 많은 젊은이가 전쟁터에서 죽거나 다쳤고, 고엽제 피해자와 라이따이한(한국 베트남 혼혈인) 등의 문제들이 남아 있다.

 

3선 개헌

1960년대 중반 이후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경제 성장으로 지지 기반을 넓힌 박정희는 1967년 제6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보선을 누르고 승리하였다. 한편, 1968년 북한이 보낸 무장 게릴라가 청와대를 습격하는 등의 도발로 남한과 북한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었다. 박정희 정부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추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대통령의 3회 연임을 허용하는 3선 개헌을 추진하였다.

 

야당 의원들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3선 개헌을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지만, 여당 의원들만 따로 모여 편법으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개헌안에 따라 치러진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 후보는 야당의 김대중 후보를 근소한 표 차로 이기고 당선되었다. 그러나 같은 해 치러진 총선에서는 야당인 신민당이 과반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하였다.

 

베트남 파병에 따른 미국의 지원

1965년 한국의 국군 1개 전투 사단이 베트남에 파견된 후에도 미국은 한국에 추가 파병을 요청하였다. 한국 정부가 한국의 안보와 경제 발전 등의 문제와 관련된 요구 사항을 미국 정부에 제시하자 미국 정부는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과 관련한 선행 조건을 당시 주한 미국 대사인 브라운을 통하여 한국 정부에 전달하였다. 그 결과 한국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한국군의 현대화와 경제 발전을 위한 기술과 차관 제공 등을 약속받았다.

 

◼ 브라운 각서(1966)

• 한국에 있는 대한민국 국군의 현대화 계획을 위하여 수년 동안 상당량의 장비를 제공한다.

• 베트남 공화국에 파견되는 추가 병력에 필요한 장비를 제공하며, 또한 베트남 파견 추가 병력에 따르는 일체의 추가적 원화 경비를 부담한다.

• 베트남 주둔 대한민국 부대에 소요되는 보급 물자와 용역 및 장비를 대한민국에서 구매하며, 베트남 주둔 미군과 베트남군을 위한 물자 중 선정된 구매 품목을 한국에 발주한다.

• 이미 약속한 바 있는 1억 5,000만 달러 차관에 추가하여 차관을 제공한다.- 『한국외교관계자료집』, 1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