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과 정복 왕조가 독자적인 지배 체제를 확립하다

2. 동아시아 세계의 발전

1. 송과 정복 왕조가 독자적인 지배 체제를 확립하다

송의 황제 독재 체제

당이 멸망한 후 중국은 절도사들이 세운 여러 나라로 분열되어 서로 경쟁하였다(5대 10국 시대). 이러한 혼란한 상황에서 절도사였던 조광윤(태조)은 송을 건국하였다(960).송의 태조는 중앙 집권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 하였다. 절도사의 권한을 중앙으로 회수하고 문관을 우대하는 문치주의 정책을 채택하였다. 또한 수도 방비와 대외 정벌을 담당하는 중앙군을 강화하고 이를 황제에 직속시켜 황제가 군사권을 장악하였다. 아울러 재상권을 축소하여 황제권을 강화하였다. 과거제에는 황제가 직접 시험을 주관하는 전시를 도입하여 황제의 인사권도 강화하였다.

문치주의의 실시로 송 대에는 유교적 소양을 갖춘 사대부 계층이 형성되었다. 이들은 과거를 통해 문신 관료로 선발되어 새로운 지배층을 형성하였다.

 

왕안석의 개혁

문치주의로 군사력이 약화된 송은 북방 민족과 갈등이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 협정을 맺어 북방 민족에게 물자를 제공하였다. 게다가 중앙 집권화 추진으로 관리 수가 늘어나 국가 재정은 점차 악화되었다.

송의 신종은 재정 적자를 회복하기 위해 왕안석을 등용하여 개혁을 추진하였다. 왕안석은 재정 수입 확대와 부국강병을 목표로 신법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재정이 개선되고 농업 생산력이 늘어났으며 상공업이 진흥되었다. 그러나 신법으로 손해를 보게 된 지주와 대상인, 보수파(구법당) 관리들이 반발하여 신법은 실패하였다. 이후 신법당과 구법당 사이에 당쟁이 벌어져 송의 국력은 더욱 약화되었다.

 

거란의 건국과 연운 16주

송의 군사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주변 민족들이 세력을 키웠다. 야율아보기는 당 말의 혼란을 틈타 거란의 여러 부족을 통합하여 거란을 건국하였다(916).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은 화북의 연운 16주를 획득하고 국호를 ‘요’로 고쳐 정복 왕조로 발전하였다. 이로써 북방 민족과 농경 민족을 동시에 통치하게 된 요는 이중 지배 체제를 채택하였다. 이에 따라 북방의 유목 민족은 거란의 부족제로 다스리고, 농경 지역의 민족은 주현제로 다스렸다.

한편, 요는 민족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거란 문자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송은 연운 16주를 되찾기 위해 여러 차례 요와 전쟁을 벌이다가 요와 전연의 맹약을 맺었다(1004). 이 맹약으로 요는 송으로부터 매년 비단과 은을 받았고, 송은 요로부터 평화를 보장받았다.

송의 서북 지역에 있던 탕구트도 서하를 세우고(1038) 송을 침략하였다. 두 나라는 전쟁 끝에 평화 조약을 체결하여 서하는 송의 신하가 되었고, 송은 서하에 물자를 지급하였다.

 

여진의 건국과 화북 지배

북방에서 요가 쇠퇴하자, 완안부의 아구다가 부족을 통일하고 금을 건국하였다(1115). 금은 송과 연합하여 요를 멸망시켰으나, 송이 약속을 어기자 송의 수도 카이펑을 함락하고 황제를 포로로 잡아 돌아갔다(정강의 변, 1127).송은 항저우를 수도로 정해 왕조를 재건하였는데, 이를 남송이라 한다. 남송과 금은 전쟁을 계속하다가 1142년 화의를 맺었다. 이에 따라 남송은 금이 평화를 보장해 주는 대가로 금에게 신하의 예를 갖추고 물자를 제공하였다.

화북 지방을 차지한 금은 이중 지배 체제를 실시하였는데, 유목민들은 여진 고유의 맹안 모극제로 다스리고 농경민들은 중국의 주현제로 다스렸다. 또한 여진 문자를 만들어 고유의 문화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점차 중국 문화에 동화되면서 군사력이 약해진 금은 남송과 연합한 몽골에 패배하여 멸망하였다(1234)